사랑하는 유야, 오늘도 잘 지냈어?캠프 방침상 수요일까지만 편지 전달이 가능하대서... 아마도 오늘이 캠프기간, 유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네? :)
오늘은 엄마가 마지막으로 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 많이 고민해 봤어. 책도 찾아보고, 사춘기 딸에 대해 검색도 해보고... 하면서 말이야.
그 가운데 이제 유가 크면 클수록, 학업의 짐이 무거워지면 질수록 생각하게 될 바로 '공부'의 힘듦에 대한 이야기를 유랑 차분히 나눠보고 싶었어. 왜냐하면 엄마도, 아니 이 어려운 과학이나 수학, 심화 국어, 영어 등을 공부할 때, 커서 이정도까지는 살아가면서 써먹을 거 같지도 않은데, 왜 이렇게까지 배워야 하지? 내가 원소 주기율표를 외워서 어디다 써먹지? 하면서 말이야.
그런데 유야, 유는 이런 '공부'의 진짜 이유를 알아? 학생의 본분은 공부인데, 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건지 생각해 본 적 있어?
공부의 이유는 단순히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가 아니야. 공부해라, 숙제해라... 이런 끝없는 잔소리 끝에 옛날에는 정말 좋은 대학을 갈 수도 있었고, 좋은 대학을 나오면 좋은 직장에 가고, 그럼 어느 정도 보장되는 삶이란 게 있었어. 그런데 지금 시대는 꼭 그렇지만도 않아.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거나, 꿈이 없어 방황하는 사람도 정말 많아졌거든. 반대로 대학을 다니지 않고도 자기 길을 찾아 개척해 가는 사람도 있고 말이야. 좋은 대학이 모든 걸 보장해 주지 않는데도... 엄마는 왜 자꾸만 유에게 공부를 해야한다고 할까? 유가 먼저 한번 생각해 볼래? 가만히 생각해 보고 답을 마음 속에 담아 둔 채 엄마 편지를 읽어줘.
엄마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공부를 해야 하는 '진짜' 이유는.
공부를 하는 그 '과정' 속에서,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어떤 '힘'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.
- 하기 싫은 날에도 책상 앞에 앉는 힘, 성실함.
-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계속하는 힘, 꾸준함.
- 안 풀리는 문제도 끈질기게 붙잡아 보는 힘, 열심과 끈기.
- 어려움을 만나도 포기하지 않는 힘, 버티는 마음가짐.
이 힘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'힘'이야. 어른이 되어서도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할 때가 있고, 인생을 건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그저 버텨내야만 할 때가 있어.
유가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, 어떤 직업을 갖든, 유 자리에서 꾸준히 해내는 힘은 언제 어디서고 꼭 필요할 거야. 무엇이든 한계를 마주하고, 그 막막함에 부딪혀도.. 그래도 결국 다시 해보는 경험을 우리 유가 하게 된다면, 그 과정에서 '버티는 마음 근력'이 조금씩 단단해 지고, 그건 유 만의 '힘'이 되어 유 인생을 살아내는 데 아주 큰 역할들을 맡아주게 될거야.
공부는 결코 점수 만을 위해서만 하는 일이 아니야. 시험을 잘보는 것, 1등 하는 것은.. 공부의 결과이고 일부이지 공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전부가 절대 아니란 걸 꼭 기억해. 정말 중요한 건 유가 공부라는 힘들고 지루한 과정을 지나며, 자신에게 어떤 '힘'이 자라나는 지 아는 거야. 엄마는 진심으로 유가 공부나 발레를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잘 안 나오는 건 괜찮아. 그래서 좋은 대학을 못가도 괜챃아. 다만 만약 유가 공부를 성실히 하지 않아서, 꾸준히 버텨보지 않아서 성적이 나쁜거라면... 그건 엄마가 아니라 유 자신에게 너무 안타깝고 속상한 일인거야. 학창시절 배워야 할 가치로운 걸 유가 놓쳐버린 게 되는 거잖아. 엄마는 그게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플거 같아.
매일 꾹 참고 책상 앞에 앉았는지,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회피하지 않고 끙끙대 봤는지, 그랬는데도 결과가 나빠서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했더라도 다음날 다시 일어섰는지.
이게 공부를 통해 인생의 '태도'를 연습하고 배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라고 생각해.
그래서 엄마는 사람을 볼 때 상대방이 이런 '힘'과 '태도'를 갖고 있는지를 꼭 확인해. 그게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대학 타이틀이나 성과를 인정받은 시험이나 대회 수상 경력이 있다면, 그 사람은 자신을 인정 받는 데에 조금 노력이 덜 필요할 수도 있겠지. 그만큼 그 사람이 성실하고 꾸준하게 열심과 끈기를 가지며 버텨왔다는 걸 증명해 보이는 셈일 테니까. 그런데 그런 성과가 없다면? 그럼 유가 유를 증명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거야.
막막한 '노력'이라는 말을 생각할 때 엄마에게 힘이되었던 문구가 하나 있어.
<버텨내는 중입니다 - 박한평>
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구간을 통과하고 있습니다. 결과가 보이지 않아 초조하고, 이 길이 맞나 싶어 모든 것을 의심하는 시간. 그럼에도 내일 나아가려 합니다. 여기서 멈추면 여기까지가 내 자리가 되고, 한 발이라도 더 딛으면 그만큼 내 세계가 넓어진다는 걸 알기에. 버텨내는 이 시간이 나를 더 멀리 데려다 줄 거라고 믿으며, 내 계절이 올 때까지 버텨내 보기로 합니다.
"My season will come."
버티면 내 계절이 온다. 멈추면, 정말로 여기서 끝이다.
어때? 엄마는 이 문구를 읽으면서 참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어. 그리고 몇가지 엄마의 원칙을 더 세웠는데,
- 진심으로 할 것.
- 진심을 다할 거면 열심히 할 것.
- 무조건 버텨낼 것.
- 부지런할 것.
- 너무 고민하지 말고 지금 노력할 것.
- 안되면 한번 더, 그리고 또 한번 더 해볼 것.
-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갈때까지 가볼 것.
- 후회가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반드시 마무리까지! 끝까지 매듭을 짓는 경험을 쌓을 것.
이런 원칙들을 세워보았어.
엄마의 원칙을 참고해서 유도 유만의 원칙을 세워보면 어떨까?
마지막으로... 이건 엄마도 아직 소화를 다 못한 말이라 유에게 얘기를 해줄까 말까 망설였는데, 오늘이 캠프 안에서 나눌 수 있는 마지막 편지니까... 그냥 가볍게 엄마가 요즘 듣고 생각해 보는 이야기를 하나 더 공유할게.
어떤 기자가 유명한 뇌과학자에게 미래 세대가 반드시 길러야할 단 하나의 능력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물었어. 그 때 그 과학자는 지체 없이 대답했는데, 그건 바로 '오래 집중하는 힘'이란 거였어. 음... 예를 들면 오랜시간, 한 글에 진지하게 집중하는 능력 말이야. 읽고, 생각하고, 문제를 붙잡고, 답을 찾는 힘 같은 것들을 다 포함해서 그 글에 진지하게 매달려 집중해보는 거지.
근데 그러려면 먼저 내면의 리듬을 알아야 한대. 내 마음이 자꾸 어디로 향하는지, 내 생각이 어디로 새는지, 그럼에도 그걸 어떻게 붙잡고 다룰 것인지를 말이야. 이게 바로 뇌과학자가 반드시 길러야 할 능력이라고 발표했는데, 이 '집중'의 힘은 매우 드물고 어려운 능력이라,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고 발레처럼, 혹은 악기를 배우거나 수영 실력을 기르는 것처럼 매일 매일, 계속 계속 훈련을 거쳐 습관으로 만드는 거라고 하더라고. '집중'도 결국 '반복'으로 만들어 지고, 여기엔 '용기'도 필요하대. 혼자 집중하는 시간, 내 생각과 단 둘이 있는 시간을 받아들여야 하고, 지겨운 훈련 속 외로움을 감수해야 하니까 말이야. 그러다보면 스스로 생각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, 그 실마리를 따라가게 된다고. 그래서 그 과학자는 '오래 집중하는 힘'을 기르게 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먼저 30분간 온전히 책만 집중해서 읽게 한대. 그 다음은 45분, 그리고 1시간... 몇 시간까지 말이야. 그렇게 몇 시간까지도.. 오래 집중할 수 있게 되면, 그 사람은 이미 세상에서 최상위권에 들게 되는 거라고 하더라.
'집중'과 '몰입'의 힘에 대해서는 이미 유명한 뇌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들도 많지만, 인문학적으로도 이 두 가지는 정말 중요하고 큰 의미를 가져.
공부를 해서 성적을 올려봤던 친구들은 무언가를 노력하면 '나도 이룰 수 있다'는 걸 깨닫게 되지. 그걸 어릴 때 깨달으면 깨달을 수록 삶에는 큰 무기가 생기는 법이야. 고통스러운 결과에서 무언가를 얻어 본 경험, 그건 세상을 사는데 유에게도 아주 좋은 자양분이 될거야. 그래서 엄마가 유 발레 하는 것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단다. 정말 유야.... 무언가를 노력해서 얻어 본 경험은.. 평생을 사는 데 큰 자산이 될거야. 가끔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무슨 소용이 있지?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. 하지만 그게 정말 그렇지가 않아. 무언가를 견디고 있는 것, 무언가를 유가 해내고 있다는 건, 그건 유가 유 삶의 단단한 근육을 키우고 있는 것일 테니 말이야. 엄마가 첫 편지에서 얘기했던 '마음 근육' 이야기 기억하지?엄마는 유가 엄마보다 단단한 마음 근육을 가진 아이라고 믿어. 그러니 절대로 그 무엇도 포기하지말고, 유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면서, 성실하게, 꾸준하게, 열심히 그리고 끈기있게, 버텨내면서 살아! 유에게는 유를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가 있으니까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 말고! 알았지? 엄마는 유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꼭 기다릴거야. 아빠랑 준이랑 함께 우리 딸을 응원할거야~!!!
캠프 기간 내내 단단히 잘 버텨줘서 너무 고맙고, 대견해.
우리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, 마무리 잘하고, 금요일 아침에 만나자!!!
너무 너무 사랑해~
함께 고생한 친구들과 선생님께도 꼭꼭 감사한 마음 넘치도록 표현하고 와!
유의 성장을 도와주고, 가장 가까이에서 그 성장을 지켜봤을 사람들이니까... 엄마는 모두에게 너무 감사하다.
엄마를 대신해서 유가 꼭 감사인사 전해줘!!!
추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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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에 가져오면 엄마가 한번 더 빨래할거니까 옷은 적당히 개어서 넣어도 돼~ 꼼꼼 유 화이팅!!!
언제나 너를 사랑하는
엄마가